제주장수복지연구원
연구원에 대한 여러가지 뉴스입니다
연구원 뉴스
> 연구원소식 > 연구원 뉴스
제주지역 노인들은 행복한가 - 허정옥 원장님
제주장수복지연구원 조회 3713 댓글 0
 

1923년 3월 22일생, 100세가 넘은 어머니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 손자를 돌보기 위해 미국으로 이민 가신 어머니를 모시고 온 지 22년이다. 아버지를 공원묘지에 장례하던 날 어머니는 땅속으로 들어가는 관을 부여안고 엎드러졌다. 17세에 혼인해서 60년이 넘도록 한 몸으로 살아온 아버지와의 사별이 죽음과 같았으리라. 딸의 손을 붙잡고서 한국으로 돌아오는 길 어머니는 몇 번이나 걸음을 멈추며 확인하셨다. “제발 요양원에는 보내지 말아 도라, 이!”라고. 손가락을 마주 걸고서 ‘절대로’를 다짐하는 내 가슴을, 눈물에 젖은 아버지의 묘비가 인감도장처럼 지그시 눌렀다. ‘약속이다!’라고. 


어머니는 역시 제주도 여자였다. 고향으로 돌아오자마자 과수원의 김을 매고, 아이들을 보살피고, 물때가 되면 바다로 나가서 보말을 잡으며 예전의 일상을 회복하셨다. ‘할머니 김치찌개가 최고!’라는 아이들 얼굴에도 포동포동 살이 올랐다. ’삶이란 이런 거지‘ 싶은 한 지붕 3대의 생활이 전원일기처럼 펼쳐졌다. 섶섬이 보이는 풍경 앞에서 우리는 수평선이 무색하도록 행복했다.   

그런데 어머니가 92세쯤 되면서부터 가스불·수돗물 관리가 어려워졌다. 앗차 하며 가슴을 쓸어내리는 사고가 간간이 생겼다. 어느날 밤에는 혼자 잠자는 게 무섭다면서 베개를 끌어안고 우리 방으로 오셨다. 이 일을 시작으로 치매의 전조증상들이 다발적·복합적으로 나타났다. 

보건소에서 치매검사를 받은 후 국민건강보험공단을 통해 치매등급 심사를 받은 결과 4등급이 나왔다. 참고로 노인장기요양보험을 신청하면, 지원양식에 기초한 방문조사를 실시한 후, 국민건강보험공단내 장기요양보험등급판정위원회가 심사를 통해 등급을 부여한다. 장기요양보험은 1~5등급, 인지지원등급으로 나뉘어 있다. 1~2등급은 시설등급으로 요양원 등의 시설에 입소할 수 있고, 3~5등급은 재가급여 혜택만 주어진다. 

2022년 말 직장을 은퇴하고 집으로 돌아오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요양원에서 ‘어머니가 위독하니 병원으로 모시고 가라’는 통보가 날아들었다. 나는 어머니의 보호자가 됐다. 12년 동안 어머니께서 우리를 보살펴 주신 덕분에 아이들이 성장할 수 있었고 그동안 직장생활이 가능하였음을 깨닫는 시간이었다. ‘임종이 임박하다’는 어머니를 119차량에 싣고서 제주시 종합병원으로 달리던 광경은 지금 생각해 보아도 가슴이 두근거리고 목이 메어온다. 그렇게 다시 살아난 어머니를 보살피기 위해 요양보호사가 됐다. 이따금 고향 마을에서 친척 어른들의 부고가 날아들면, 으레 어머니께서 말씀하신다. “정옥아, 니가 아니라시민 나도 벌써 골충이 다 돼부러실 건디…, 고맙다, 이!”라고. 

어머니의 요양보호사를 하면서 사회복지사 공부도 곁들이고 보니 세상은 많이 달라져 있었다. ‘경영을 알면 세상이 보인다’고 생각하며 살아온 내 앞에, ‘이제는 사회복지시대’라는 새로운 세계가 펼쳐져 있다. 사회복지가 필요한 구석들이 사방에 보이기 시작했고 주변은 복지에 관한 욕구와 필요로 충만해 있었다. 어떻게 하면 제주의 노인들이 장수와 복지를 마음껏 누리며 행복을 노래할 수 있을까? 그러한 사회를 꿈꾸는 사람들이 모여서 사단법인 제주장수복지연구원을 만들었다. 

목하 ‘제주지역 노인들은 행복한가’를 고민하며 그러한 사회를 그려가고 있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지만 불노초의 섬 제주에서는 가능하지 않을까. 다 함께 꿈꾸면 이루어질 줄 믿는다. 


허정옥 제주장수복지연구원장/논설위원


 

출처 : 제주일보(http://www.jejunews.com) 








 
 
 
 
댓글
이름   비밀번호
 
 
제목 등록일

윤봉택 시인 "국제문학상 수상" 기념 시낭송회 많은 문인들 호응속 성황리 개최

01-08

[어머니의 100세 일기] 102세 할머니에게도 여인의 감각은 본능적이다 - 허정옥 교수님

01-08

최정숙 여사와 허 군 할머니가 그리운 까닭 - 허정옥 원장님

01-08

[어머니의 100세 일기] 먹어도 먹어도 배 고프신 어머니 ... 4·3 시절 허기 달랬던 기억? - 허정옥 교수님

01-08

세상에서 가장 슬픈 말 ... "배가 고프다" - 허정옥 교수님

11-16

제주지역 노인들은 행복한가 - 허정옥 원장님

11-16

미국 사는 막내 아들의 깜짝 귀향 선물 - 허정옥 교수님

11-16

'晩秋, 시·노래의 울림' 카자흐스탄 국제문학상 수상 윤봉택 축하 시낭송회

11-16

오금자님 수필가 등단

11-16

제주 출신 강태선 블랙야크 회장, 대한체육회장 '도전장'

11-16

어머니, 내 아버지의 하나 뿐인 여인 (2) - 허정옥 교수

08-16

어머니, 아버지의 하나 뿐인 여인 - 허정옥 교수

08-16

"니네 아방은 어디 가시니?" [어머니의 100세 일기] 아버지의 여름편지 - 허정옥교수

08-16

“호박잎이 어랑어랑 국 끓이민 좋키여" - 허정옥 교수님

08-02

서귀포종합사회복지관 경로식당 봉사활동을 마치며...

07-05

백 세의 그늘

07-04

6월, 비극과 절망을 넘어서야 한다 - 허정옥 제주장수복지연구원장/제주일보 논설위원

06-18

강철남 이사님 장모님께서 별세하셨기에 삼가 알려드립니다   1 

05-28

박준상 원장님 모친님께서 별세하셨기에 삼가 알려드립니다   3 

05-28

블랙야크 초청 점심번개 모임 후기   1 

05-27
 
 
 
1
2
 
 
 
 
Copyrights(c) 2022. 제주장수복지연구원 All rights reserved.
PC화면